매주 목요일에 있는 직원미사 강론 전에 하는 인사말입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무겁다가도 서로 “사랑합니다. 고생하셨어요.”라고 인사하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빙그레 웃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저 또한 기분이 빙그레 합니다.
사랑합니다. 원목실에 있는 김은석 요셉 신부입니다.
벌써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 부임한 지도 6개월이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어~ 벌써?”라는 감탄사를 터뜨릴 만큼 참으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처음 이곳으로 부임명령을 받고 이곳에 오기 전 며칠 동안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신부님~! 대전성모병원으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인사이동 명령이 있는 날 아침에 주교님으로부터 울린 전화를 받자 수화기에서 들린 주교님의 첫 말씀이셨습니다. “네? 왜요?” 생각지도 못한 주교님의 말씀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주교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제가 머물던 청소년 사목국 안에 있는 성체조배실로 달려가 감실 앞에 앉아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저 대전성모병원으로 가요? 왜요? 제게 병원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지 아시면서 저에게 왜…?”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조직의 보스였던 김영철에게 했던 명대사가 계속 제 머릿속을 울렸습니다. “말해 봐요. 진짜,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저의 이 놀람과 당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릴 때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두 달 남짓 지내야 했었고, 두 살 때 심장에 이상소견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품에 안겨 사랑을 받아야 할 시간이었던 그 때에 저는 저도 모르는 이들에 의해 돌봄을 받고, 또 수술대에 올라가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이지요.
‘갓난아이가 무슨 기억을 한다고 그렇게까지?’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을 테지만 병원에만 가면 힘이 빠지고 손에 땀이 나고, 축 쳐지는 저를 바라보면서 ‘몸은 기억하고 있구나~ 그래서 병원에만 가면 그렇게 내 몸이 반응하는구나.’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겐 병원이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는 장소이기에 그렇게도 당황하고 놀랐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릴 적의 기억과 함께 볼멘소리를 계속해서 하다 어느새 할 말이 없어 조용히 있게 되었고, 그 고요함 안에서 하느님께서 제 마음에 이런 말씀을 놓아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