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진료실에 연세가 일흔 둘인 어르신이 내원하셨다. 진료실에 들어선 어르신의 아래눈꺼풀에는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꾀나 큰 까만색 덩어리(종양)가 위치하고 있었다.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1년 전부터 아래눈꺼풀에 좁쌀 크기로 까만 피가 고여 집에서 종종 이 피를 빼냈으며, 피는 잘 나오는데 덩어리는 점차 커져서 지금은 아래 눈꺼풀을 다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오른쪽 아래눈꺼풀 덩어리가 점점 커지고 피가 고여, 이 피를 빼기 위해 내원했다고 말씀하셨다. 가로 16㎜, 세로 11㎜ 크기의 까만 덩어리는 주변 피부를 뚫고 융기돼 있었으며, 주변 정상 피부로부터 혈관이 덩어리 쪽으로 자라 들어가 종양에 영양공급을 하고 있었다. 아래눈꺼풀에 매달린 종양의 크기가 커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눈꺼풀 바깥쪽으로 뒤집어지는 눈꺼풀 겉말림이 이차적으로 생겼다. 눈꺼풀이 들려있으니 지속적으로 눈물이 나고 시린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촉진 시 덩어리는 딱딱하게 만져졌으며, 주변부 조직에 고정돼 있었다
어르신께 이 덩어리는 피가 고인 것이 아니라 악성 종양(암)일 가능성이 높아 조직 검사가 필요함을 알려드렸다. 강하게 암일 가능성을 부인하는 어르신을 달래어 덩어리의 일부를 국소마취 하에 절제해 조직 검사를 시행했으며, 예상했던 대로 바닥세포암으로 판명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자식들이 모두 서울에 거주해 홀로 살고 계신 어르신께서 수술을 완강히 거부하시는 것이었다. 눈꺼풀에 발생하는 바닥세포암은 수술로 완전절제가 가능하며, 완치율 및 생존율도 95% 이상에 이른다. 어렵게 가족의 연락처를 알아내 어르신을 설득한 후 악성 종양 제거 및 눈꺼풀 재건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 소견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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