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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으로 유명한 곳은?"이라는 질문에 "보성"이라고만 답한다면 매우 섭섭해 할 지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차(茶)가 처음으로 재배된 곳인 경상남도 하동이 바로 그곳이다. 자연이 풍요롭고 역사적인 곳이 많아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하동. '대한민국의 알프스'라고 불리기에 충분해 보였던 하동의 명소를 소개한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1962년 매암 강화수 옹이 농원을 개원하면서 가꿔온 땅에 마련된 역사적인 곳으로 유물박물관에서는 130여 점의 차 유물을 구경할 수 있고, 녹차밭이 훤히 보이는 다방에서는 자유로이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다. 또한 그냥 구경만 하는 박물관보다는 실제 체험을 하고 차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참여형 박물관으로 잭살 만들기, 떡차 만들기, 차식초 만들기, 차문화 강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잭살’은 작설(雀舌)에서 유래한 하동지역 방언으로 민가에서 오랜 기간 전승된 홍차형 발효차를 말하는데, 하동에서는 예로부터 집집마다 잭살을 만들어 두었다가 입이 심심하거나 몸이 아프면 잭살단지(약탕기)에 잭살 한줌과 인동덩쿨, 댓잎, 박속, 똘배, 고추 등을 넣고 푹푹 끓여 마셨다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단정하게 가꿔져 있는 차밭이 너무 아름다워서 자연스럽게 한참을 머물 수밖에 없었다.

1897년 추석부터 1945년 광복까지 우리 민족의 고단한 이야기를 담은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 배경인 하동 평사리에는 소설 속 배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최참판댁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지리산 능선과 섬진강 물줄기가 만나는 아름다운 곳에 펼쳐진 넓은 평야를 앞마당 삼아 완만하게 솟아 오른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집과 기와집 사잇길을 거닐자니 과거로 돌아간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언덕 초입에 있는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을 지나면 용이네, 칠성이네 등 실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집이 나오고,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면 영남지역의 대지주였던 최참판댁의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안채, 사랑채, 별당채, 문간채, 행랑채, 중문채, 사당 등 그 으리으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넓게 펼쳐진 평사리 들판의 광활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그 너른 들판 중앙에 두 그루의 소나무가 곧게 서 있는데 그 모습이 다정해 보여 부부송이라 불린다 한다. 가을에는 허수아비 전시 이벤트가 열린다하니 꽤 볼만하겠다 싶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이라는 노래가사가 떠오르는 화개장터가 바로 하동에 있다. 과거에 섬진강 물길을 따라 각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 5일장이 들어섰던 곳으로 지금은 상시 시장으로 운영되어 특별히 5일장이 서지는 않는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노래가사처럼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는 시골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장터다. 재첩회덮밥과 재첩국, 은어튀김 등 지역음식을 먹고 버섯, 더덕 등 지역특산물 쇼핑을 하고 나니 더 부러울 것이 없었다.

봄이면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으로 그리고 가을이면 알록달록 단풍으로 유명한 지리산의 절, 쌍계사. 그러나 이뿐만 아니라 폭포, 계곡, 수국 등 사시사철 멋이 넘쳐 트레킹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쌍계사는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로 사신을 갔던 대렴공이 녹차 나무씨를 가져와 이곳에 심었고 이것이 우리나라 녹차 재배의 시작이 되었다는 역사도 품고 있다. 또한 경상남도 기념물 제21호로 지정된 곳답게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 고운 최치원이 돌에 세긴 쌍계석문, 국보 제47호 진감선사 대공탑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곳이다. 쌍계사로 다녀 오는 길 내내 계곡물 소리가 친구가 되어주는 듯 하여 경쾌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훈장님과 서당이 있는 청학동, 일출로 유명한 금오산, 철쭉으로 유명한 형제봉, 섬진강변 소나무 숲인 하동포구 백사청송, 옛날에 가마를 굽던 곳인 백련리도요지 등 하동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들은 더 있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 그래서 대한민국의 ‘알프스’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