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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와 행복 읽기


세상보기와 행복 읽기

행복은 만져지지 않는다.
마음으로 읽을 뿐이다.
행복을 억지로 구하다보면 불행을 만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이고, 보고 듣고 말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성 독자(讀者)라고 했다.
"며칠 전까지, 삶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기자님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죽음은 가장 명예로운 느낌표지만, 스스로 삶을 내려놓는 건 가장 비겁한 마침표라고 하셨죠.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듯 주어진 삶은 용기 있게 살아내야 하는 거라고. 그리고 견뎌내야 하는 거라고. 삶을 포기하는 건 용기가 아니라 변명이라고.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다시 회복되기에 상처라고 말했지요. 제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고맙습니다."
울먹이던 그녀의 목소리에서 새벽의 생명감을 느꼈다. 여명의 푸른 실핏줄을 느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감동을 받은 건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한 줄의 글이 그녀의 불행을 막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불행이 한 줄의 글을 살렸던 것일까. 글에서 행불행의 예후가 나타난다는 게 무서웠다.
우린 행복을 못 찾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하고 있다. 먼 곳에서 찾고 있다. '지금(只今)'이라는 시간대는 현재 살고 있는 삶의 가치다. '금(今)'라고 말하는 순간 '지(只)'는 소멸한다. 보고 듣고 말 할 수 있는 것, 마음대로 걷고 뛰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다.
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하지는 않다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사업가인 헬렌 켈러는 생후 19개월에 시각과 청각을 잃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망하지 않았다. 눈과 귀가 아닌, 마음으로 보고 들었던 것이다. 그녀에겐 '3일간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목록)'가 있었다. 사랑하는 선생님 얼굴 바라보기, 친구들과 산책하기, 석양의 노을과 장엄한 먼동 감상하기, 아침에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둘러보기, 밤하늘의 별구경,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 보기. 오페라 하우스와 영화감상, 도시 숲 네온사인 보며 가게 진열상품 보기가 그녀의 소망이었다.가만히 보면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처럼 소소한 일상들뿐이다.

스티븐 호킹은 온몸의 운동신경이 계속 파괴되는 질환을 앓았지만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됐다. 그는 "장애인이란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장애인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장애인이 아니다. 자신의 장애를 원망하기 시작하면 진짜 마음의 장애인이 된다. 마음의 장애인이야말로 진짜 장애인"이라고 말했다.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다. 성장하면서 10㎝ 남짓 자랐을 뿐이다. 하지만 100m 달리기는 물론 야구, 농구, 수영 등을 즐기며 명문대까지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팔다리가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다.

얼마 전 10년간 썼던 칼럼을 접었다. 매주 한차례씩 독자(讀者)들과 만났으니 500번째 프러포즈였다. 자음 14자와 모음 10자의 결합을 통해 파생되는 언어들은 때론 처참하고 때론 비루했다. 물론 51만 1,160개의 어휘를 다 써보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난 글을 쓰면서, 세상을 읽고 싶었다. 세상의 행복을 읽어내고 싶었다. 때문에 '글'이 '밥'이 되는 걸 경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글은 밥벌이가 돼 있었다. 그게 슬프고 아팠다. 슬픈 것과 아픈 것은 다르다. 우린 둘을 병렬시키지만 슬픈 것은 마음이고 아픈 것은 몸이다. 글에서 구원받고 글에서 행복을 구하는 일은 그래서 어려웠다.
겨울이 낙엽 끝에 매달려있다. 겨울은 새벽이다. 새벽은 시리지만 하루 중 가장 역동적인 시간대다.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꾸고 있는 시간이지만, 누군가는 꿈을 위해 뛰는 시간이다. 꿈은 꿈꾸는 자의 몫이 아니다. 그 꿈을 이루려고 꿈에서 깨어있는 이의 권리다. 그 시린 새벽이 있기에 찬연한 아침이 온다.

행복은 만져지지 않는다. 마음으로 읽을 뿐이다. 행복을 억지로 구하다보면 불행을 만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이고, 보고 듣고 말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그것이 세상살이 '행복'의 팩트(Fact)다.
충청투데이 편집부국장·논설위원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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