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0년간 썼던 칼럼을 접었다. 매주 한차례씩 독자(讀者)들과 만났으니 500번째 프러포즈였다. 자음 14자와 모음 10자의 결합을 통해 파생되는 언어들은 때론 처참하고 때론 비루했다. 물론 51만 1,160개의 어휘를 다 써보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난 글을 쓰면서, 세상을 읽고 싶었다. 세상의 행복을 읽어내고 싶었다. 때문에 '글'이 '밥'이 되는 걸 경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글은 밥벌이가 돼 있었다. 그게 슬프고 아팠다. 슬픈 것과 아픈 것은 다르다. 우린 둘을 병렬시키지만 슬픈 것은 마음이고 아픈 것은 몸이다. 글에서 구원받고 글에서 행복을 구하는 일은 그래서 어려웠다.
겨울이 낙엽 끝에 매달려있다. 겨울은 새벽이다. 새벽은 시리지만 하루 중 가장 역동적인 시간대다.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꾸고 있는 시간이지만, 누군가는 꿈을 위해 뛰는 시간이다. 꿈은 꿈꾸는 자의 몫이 아니다. 그 꿈을 이루려고 꿈에서 깨어있는 이의 권리다. 그 시린 새벽이 있기에 찬연한 아침이 온다.
행복은 만져지지 않는다. 마음으로 읽을 뿐이다. 행복을 억지로 구하다보면 불행을 만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이고, 보고 듣고 말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그것이 세상살이 '행복'의 팩트(Fac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