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음을 먹고 농사를 지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농사라기보다는 작은 텃밭을 가꾸는 정도였습니다.
성당 옆에 담을 따라서 비어 있는 땅이 조금 있어서 그곳을 잘 갈아 엎고 씨와 모종을 심었습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탄했습니다.
무성한 잡초로 쉽지 않았던 텃밭 가꾸기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었지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고, 채소들이 잘 자랄 것만 같은 기대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이미 수확해서 싱싱한 채소를 먹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고 한 달, 두 달 지나고 일상을 바쁘게 살다보니 텃밭에 가는 횟수와 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 그 텃밭은 아주 풍성(?)하게 되었습니다. 잡초가 허리까지 올라와서 채소들은 그 잡초 사이에서 힘겹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 중에 좋지 않은 것은 없으니 잡초 역시 어떠한 의미가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내버려 두었더니 나중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그 해에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작은 고추 몇개 먹고 힘겹게 상추를 조금 뜯어 먹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텃밭을 바라보며 항상 ‘잡초는 누가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고, 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잘 자랄까? 오히려 관심을 갖고 물도 주고 신경 쓰는 농작물은 쉽게 자라지 않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 농사를 지을 때는 더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덥지 않은 새벽 시간에 한 번 이상은 꼭 텃밭에 가서 잡초도 뽑아주고 대도 세워주고, 또 동네 할머니들의 도움을 받아서 제법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농사와 좋은 습관의 공통점-노력과 시간 필요해
농사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험이지만 이를 통해 정말 깊이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식탁에 올라오는 많은 작물들이 정말 농부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임을 알게 되었고, 그분들께 마음을 다해 감사드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어떤 좋은 것을 몸에 익히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좋지 않은 것을 익히는 데는 정말 금방이구나!’하는 생각입니다.
수확을 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잡초를 키울 때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습관을 가지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때는 너무나 순식간에 몸과 마음이 적응되곤 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사참석하고 일정한 시간에 기도를 하고, 성경을 가까이 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노력과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원목 신부로 살고 있는 지금 많은 분들이 좋은 습관을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모든 분들이 영적으로도 육적으로도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입니다. 자신의 육적인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고 관리하는 습관! 또 영적으로도 신앙을 가지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마음과 자세 말입니다. 물론 이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만 방심을 해도 무성히 자라는 잡초처럼 좋지 않은 습관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꾸준한 노력은 우리 안에 잡초를 제거하고 물을 주는 땅과 작물처럼 천천히 자라나서 수확 때에 이르러 기쁨을 안겨줄 것입니다.
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 김찬영(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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