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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의 미학, 장욱진의 가족


장욱진의 가족

 

 

“나는 심플하다!”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이 생전에 늘 강조했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단순함이 큰 매력이다. 심플은 작품의 시작이자 끝이고 또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심플을 외친 화가 장욱진은 오늘날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나이, 성별 구분 없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이런 인기의 동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순수하고 동심어린 작품 세계 때문일 것이다. 대상을 단순하고 간략하게 표현한 그의 그림에서는 어린 아이의 깨끗함과 순수함이 묻어 나온다.

 

장욱진은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의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에서 수학한 엘리트였다. 귀국 후에는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몇 해 지나지 않아 홀연히 교수직을 버리고, 작품에 전념한다며 시골로 내려간다. 가난한 화가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자신의 작품처럼 삶도 단순하길 바랐던 그에게 틀에 박힌 학교생활은 처음부터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심플은 세상의 체면과 시선에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는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덕소에서의 시골 생활은 말할 수 없이 즐거웠고, 그 즐거움은 동화적 작품 세계를 펼치는 밑바탕이 되었다.

 

장욱진의 주요 작품 소재인 까치에 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그린 까치는 마음 내키는 대로 까맣게 그려 낙제 점수를 받는다. 꼭 일 년 뒤에 까치를 다시 그렸는데, 이 번에는 정밀하게 묘사해서, 전국학생미술대회 1등을 차지했다.
그의 일취월장한 실력에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까치는 평생 함께한 친구이기도 했다. 까치를 무척이나 사랑하여 스스로를 ‘까치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도 불렀을 정도였다.

 

<가족>에도 까치로 추정되는 새가 등장한다. 단순한 정자와 일상의 공간인 집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그 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족을 그린 그림이다. 동글동글한 가족들 얼굴이 태양처럼 붉다. 그리고 이들의 집 지붕 위에는 가족을 형상화한 새들이 나란히 날고 있다. 이 네 마리 새를 두고 부부와 두 아이, 혹은 네 명의 딸(장욱진은 슬하에 2남 4녀를 두었다)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지만, 정확히 누구라는 것은 사실 중요치 않다. 화가는 그냥 식구가 모여 같은 곳을 보고, 한 곳을 향해 날아갈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좋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그림을 그렸던 그에게 가족은 평생 더할 나위 없는 방패였고, 버팀목이었다. 아내가 그러했고, 그의 아들, 딸들이 그랬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나 가족은 화목했고 행복했다. 그는 가족의 이런 친밀함과 따뜻함을 자신의 방식대로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리라….

 

<가족>의 친밀함은 작품의 크기도 한몫했다. 손바닥만 한 작은 그림이 주는 오밀조밀 소박한 맛은 정겨운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형태는 그가 주장한 ‘심플’처럼 역시 간결하다. 좌우의 균형을 맞춘 대칭구조다. 입체감이 생략된 풍경은 집, 나무, 정자, 새, 산, 해가 겹침 없이 평면으로 펼쳐 놓았다. 이렇게 평면적으로 소재들을 나열하며 그린 것은 어린이들의 그림과 닮아 있다. 진심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그림에서 발산되는 아이들의 순진함과 동심 가득한 순수함이, 복잡한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주고 상처를 치유한다.

 

그의 그림에서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 속 해피엔딩을 느끼고 가슴 따뜻해지는 건, 나만의 감동만은 아닐 것이다.

 

글. 미술사학자 송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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