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철 교수는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해 공학자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그러던 중 맹장염으로 개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로 진로가 바뀌었다.
의대에 진학한 후에는 심장내과, 정신건강의학과에 관심이 갔다.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산부인과가 눈에 들어온 것은 인턴 생활을 지낼 무렵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책에서만 보던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고 분만이라는 인고의 과정을 단지 학문으로만 바라보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생명의 탄생에 이르는 하나하나의 과정은 숭고한 희생이라고밖에 설명이 안됐다. 물론 산부인과가 단지 분만이라는 파트만 보는 게 아니라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
정인철 교수는 처음 분만의 과정에 마음이 움직였지만 세부 전공은 생식내분비 분과를 선택했다. 여성이 태어나서부터 죽음으로 가는 과정 모두를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고 같이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인철 교수는 전공 분야의 특성상 사춘기 환자에서 폐경기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를 접한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견되는 외부생식기 이상부터 사춘기, 청소년기에는 6개월 이상 생리가 없는 무월경이나 난소 등에 생기는 양성 종양, 가임기(40세 전후)를 지나면 자궁, 난소에 내분비 이상을 동반한 양성 종양 환자가 많다. 폐경기 이후에는 호르몬 치료와 골다공증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치료에 임한다. 노년기 여성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골반장기 탈출증에 대한 수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흔히 밑이 빠진다’는 표현을 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데 대부분 수술적 방법으로 완치가 된다. 그는 이와 같은 대부분의 질환에 대한 수술을 최소침습단일공 복강경으로 진행한다. 기존의 복강경은 기본적으로 3~4개 정도의 복벽 구멍을 통해 수술을 하지만 대전성모병원에서는 배꼽에 낸 구멍 하나를 통해 수술을 진행, 통증이나 미용상의 단점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수많은 환자를 경험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 20대 중반에 월경이 없다며 찾아온 여성이었는데, 정인철 교수는 한눈에 호르몬 이상을 의심했다. 승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여성은 염색체 이상으로 남성과 같은 XY 염색체를 가진 반음양(겉모양은 여성, 내부생식기는 남성) 환자였으며 복부에 있는 고환은 이미 암으로 진행된 상황이었다.
치료를 마치고 웃는 환자들로부터 힘을 얻는다는 정인철 교수. 그 힘을 바탕으로 최근 중요하고도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환자의 변화를 피부로 실감하는 진료과이다 보니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여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인철 교수는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고참 교수로서 후배들이나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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