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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도 밤도 찬란한, 우리의 새로운 오늘


낮도 밤도 찬란한, 우리의 새로운 오늘

단양

붉을 단(丹)에 볕 양(陽). 신선이 먹는 환약을 뜻하는 연단과 빛이 골고루 비춘다는 의미의 조양에서 따온 단양의 이름은 이곳이 대단히 멋진 고장일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반도 중심 깊은 곳에 자리한 남한강과 소백산의 수려한 경치는 단양을 오랜 명승지로 만들었다. 퇴계 이황이 시를 읊었다는 도담삼봉과 거북을 닮은 기암절벽 위의 바위가 유명한 구담봉, 강을 액자처럼 끌어안은 석문 등 단양 8경은 자연의 멋 그대로, 오는 이에게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세월속에 다져온 굳건한 매력이 있음에도, 단양은 손 놓고 객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절경이 자연에 기대는 바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이전에 없던 것은 새로 짓고 오래된 시설은 정비해 매력을 더했다. 떠나고픈 마음 가득한 새해. 패러글라이딩장과 어깨동무하고 있는 카페산, 2017년에 개장한 만천하스카이워크와 수양개빛터널이 주목받고 있다.


하늘을 날고, 하늘을 걷는 낮

해 짧은 계절에 여행의 동선을 정하는 일은 신중함이 필요하다. 5시 반이면 어둑해질 거라 생각하니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당연히 패러글라이딩장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을 별을 보며 즐길 수 있다고 상상하면 낭만적이지만, 안전을 위해선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해발 600m, 패러글라이딩장 옆의 카페산을 올라가는 건 버거웠다. 길은 하나뿐이라 내려오는 차, 올라가는 차가 서로 아슬아슬 스친다. 패러글라이딩은 하러 가는 길부터 스릴이다. 다 오른 사람을 가장 먼저 바람이 맞아준다. 바람은 마치 곁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 처럼 차갑게 몸을 스쳤지만 언제든 단양을 생각하면 바로 떠오를 만 큼 강렬했다.

절벽 끝에 서서 고개를 들었다. 색색의 패러글라이딩이 하늘을 수놓고, 그 아래로 남한강이 굵은 곡선을 그리며 우아하게 흐른다. 빈 의자 두 개도 하늘을 날고 싶은 듯 절벽 위에 앉았다. 따뜻한 공기가 그리워져 카페산의 문을 열면 인더스트리얼 전망대 카페라는 콘셉트답 게 콘크리트와 철 등 건축 자재의 느낌을 자연스레 살린 아늑함 속 커피향이 퍼진다. 매달 세 종류의 커피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커피 구독 서비스로 유명했던 빈브라더스의 대표 로스팅 원두 블랙수트를 이곳에서도 맛 볼 수 있다. 커피 외 요거트스무디, 맥주 등 다른 음료도 판매한다.

다시 땅에 내려와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도로 위 세워놓은 안내판에 ‘오래 걸리는 날에는 이곳에서부터 60분가량 소요됩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작년 10월, 개장 3개월 만에 이용객 20만 명을 돌파한 관광지의 위엄이 느껴진다. 만천하 스카이워크 전망대 입 장권의 동절기 매표 마감시간은 4시. 저녁노을 지는 단양을 내려다보고 싶다면 여유 있게 출발해야 한다. 전망대로 향하는 차의 느린 속도 속에서 일상의 생각들이 자꾸 가지를 뻗어나갔다. 전망대 입구에 도착해서도 전망대는 고개를 제법 높이 들어야 보인다. 자가용으로 갈 수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셔틀버스가 전망대 바로 앞까지 인파를 실어 날랐다.

천문대나 새 둥지를 연상시키는 둥근 전망대를 빙글빙글, 나선을 그리며 오른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소백산, 월악산, 금수산이 병풍처럼 주위를 감싼다. 오는 동안 한참을 자라났던 상념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 전망대 정상은 남한강 수면에서 120m 높이다. 만천학봉에 선 전망대 바깥으로 손가락을 뻗은 듯 튀어나온 하늘길은 바닥이 고강도 삼중 유리 로 투명해서, 정말 하늘 위에 서있는 것처럼 아찔하다. 이 짜릿함은 짚와이어로도 즐길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에서 셔틀버스 환승장까지 680m 거리의 1코스와 환승장과 주차장까지 가는 300m 거리의 2코스로 구성돼 있어 원하는 만큼 체험할 수 있다.


역사로 빛으로, 아득히 깊은 밤

단양

어둠이 어깨를 넘어 발끝까지 감쌀 무렵, 수양개빛터널이 빛으로 만개했다. 보름달인가 하고 바라보니 노랗고 둥근 조명이다. 옆에 같이 떠있는 주황, 파랑, 보라색 조명은 어린 시절 입에 넣었던 알록달록한 사탕처럼 달콤하게 보였다.

마치 처음부터 관광지로 태어난 것처럼 예쁜 수양개빛터널은 사실, 어두운 역사인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200m 길이의 옛 중앙선 철도 구간 터널이었지만 노선이 바뀌면서 쓰임새를 잃고 어둠에 갇혔던 세월이 33년. 2017년 4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7월에 문을 열었으니 다시 빛을 본 지 이제 반년이 조금 넘었다. 터널로 들어서는 입구 역할을 하는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에는 중기 구석기부터 마한시대에 걸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수만 년 전 인류가 생존했던 흔적과 21세기 현대 인류가 갖는 여행이라는 삶의 낙이 조우한다

가로줄 LED 조명과 장미꽃길이 건네는 환영인사를 받고 나면 입을 다물기 어려울 만큼 환상적인 풍경에 빠져든다. 빛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 발을 디딘 기분이다. 작은 사과만한 조명 여러 개를 줄로 이어 천장에 수도 없이 매달아 채운 공간은 양 옆에 붙인 거울 덕분에 그야말로 반짝임으로 가득하다. 하늘에서 눈송이처럼 내려오던 빛줄기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여, 마치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천장 위로 은하수 별빛이 흐르고 붉은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은 밀림 숲을 지나면 패션쇼 무대에 선 듯 화려한 레이저 쇼가 이어진다. 빛터널 개발 당시 구상했다는 ‘한국판 라스베이거스 쇼’라는 콘셉트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이다. 일렉트로닉 계열의 신나는 음악도 기분을 돋워 주었다.

다른 차원 여행을 마친 기분으로 건물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연다. 숲 산책로를 지나고 나니 5만송이 LED 장미꽃이 활짝 핀 정원이 펼쳐졌다. 반지와 하트 모양의 장식물 앞에 가족, 연인들이 발길을 멈춘다. 곳곳에서 카메라 화면이 환하게 빛난다. 오래 두고 꺼내볼 추억을 담아가는 모습들이 다정했다. 자신을 찾아 온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도록 낮에는 햇빛 아래 세월이 빚은 자연으로, 밤에는 사람이 빚은 빛의 아름다움으로 채운 단양도 그에 못지않게 다정하게 느껴졌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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