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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쓰는 처방전] 진료의 시작은 공감에서부터 2020-03-12

"진료의 시작은 공감에서부터 시작한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원석 교수

보통의 의사들이 그러하듯 어떤 의사로 살아야 하는지,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좋은 의사로 남을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환자를 볼 수 있는 자격과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의학적 지식 안에서 환자를 대면하고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내가 알고 있는 얕은 지식으로 나에게 주어진 환자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과 내과 전문의로서 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고민은 커져만 갔다.

개원해 능력에 맞는 진료 색깔을 담은 나의 작은 병원을 만드는 것이 행복할까? 더 나은 능력을 갖추고 큰 병원에 취업해 어려운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진료하며 보람을 느끼고 사는 것이 좋을까?

한 여자 환자가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로 내원했다. 깔끔한 옷차림에 60세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젊어 보였다

그분의 주변에는 자신이 제자라며 보호자를 자청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필요한 각종 서류에 서명할 만한 친권자가 없었기 때문에 ‘췌장암’이 의심이 간다는 것과 시술 중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한 설명과 동의를 환자 본인에게 직접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간병을 위해 모인 환자의 제자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고 동의서에 서명을 해주었고, 나는 무사히 시술을 마칠 수 있었다.

시술을 마치고 회진을 위해 환자 병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무슨 이유인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환자는 내가 왜 시술을 받아야 했는지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고, 시술하는 동안 짐처럼 대했다는 이유였다. 우선 환자의 말을 경청하며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의학적 판단도 옳았고 내시경 시술도 합병증 없이 잘 되었던 상황이었으며, 환자를 함부로 대한 일도 없었기에 나는 환자의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환자는 다행히 다음 날부터 안정돼 보였고, 시술 후 합병증 없이 순조롭게 회복됐지만, 검사 결과 진단된 췌장암의 진행 상태는 이미 수술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나는 이런 상황을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항암치료를 받도록 설득해야 했다. 환자는 설명을 듣고 상황을 차분히 잘 이해한 듯했으나 항암치료는 거부했다.

그 후 환자는 항상 여러 명의 제자와 함께 차분한 모습으로 내원했고, 진료 후에는 온화한 표정으로 감사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나 항암치료를 포기한 이유를 물었더니 환자는 보통의 환자와는 다른 의외의 답을 주었다.

병원에서는 내 옷이 아닌 환자복을 입고 지내야 하고, 지정된 시간에 먹으라면 먹고, 알지 못하는 사람과 병실을 같이 써야 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데 나의 개인적인 삶을 모두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치료를 위해 자신의 삶(의, 식, 주)에 대한 주도권을 모두 잃고 싶지 않다는 말에 매우 공감되었다.

환자는 이후에도 한 달 간격으로 외래에서 진료했고, 간혹 악화되어 네 차례 정도 입원해 내시경 시술을 받아야 했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늘 처음처럼 깔끔한 옷차림에 밝은 얼굴로 치료 후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환자는 여느 췌장암 환자가 그렇듯 아홉 달이 되었을 무렵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입원해야 했다.

그런 상태에서 환자는 병원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일을 가장 하고 싶어 했다. 무리가 되는 일인지는 알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만 다녀오도록 허락했다. 비록 그날의 산책은 마지막이 되었지만 산책에서 돌아와 행복해하던 그 얼굴이 지금도 생각난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는 많은 경험과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훌륭한 실력과 내로라하는 자격을 가진 의사라 할지라도 환자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환자에 대한 공감(共感, Empathy) 능력의 차이로 생각한다. 환자의 감정을 잘 인지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잘 이해해 효율적으로 치료에 반영하는 의사가 환자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항상 온화하고 밝았던 환자를 그리도 불편하게 했던 이유는 진단과 치료 방법에만 집중한 나머지 환자 감정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한 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환자의 감정을 잘 인지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잘 이해해 효율적으로 치료에 반영하는 의사가 환자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원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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