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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쓰는 처방전] 의사는 단지 행하는 사람일 뿐 2019-06-11

난 열심히 공부하고 배운 의학을 올바르게 행해야 하는 사람일 뿐, 사람의 삶과 죽음 그리고 질병의 치료는 의사인 내가 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분이 하고 계시는구나.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박하욱 교수
의사는 단지 행하는 사람일 뿐...

의대 졸업과 1년간의 인턴 수련을 마치고 2007년 봄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전공의 1년차로 본격적인 내과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피기 전인 2007년 3월 말, 이제 겨우 1년차의 삶에 적응해 갈 무렵 의식불명의 80세 할머니 한 분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뇌 MRI 검사에서 급성 뇌경색의 징후가 있었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환자의 혈압 및 활력 징후가 불안정해서 심장내과에서 치료하기로 했다. 환자는 심혈관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신경과의 협진에서 뇌파 검사 결과 이른바 식물인간인 상태인 뇌사판정을 받게 되었다. 자가 호흡 능력이 없어 기관 삽관 및 기계 호흡을 하던 중 할머니는 폐렴이 나타나 기관 절개를 한 후 당시 가장 강력하다던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자의 염증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석션에서는 초록색 화농성 가래가 연신 뿜어져 나왔다.

이 할머니에게는 지극 정성의 가족들이 있었다. 점심과 저녁 두 차례의 중환자실 면회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머니 손을 주무르고 눈을 마주치려 애썼던 아들과 다른 자녀들은 물론, 손자들까지 주중, 주말을 빠지지 않고 면회를 했다. 가족들은 면담에서 언제나 수고를 많이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할머니 안부를 물었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하지 못함에도 항상 감사해 했다. 그런 가족들의 지극 정성에도 할머니의 가래에서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골수 기능도 저하가 되었는지 하루 걸러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치료를 한 달 넘게 이어가면서 의료진들도 할머니의 상태를 회의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보호자에게 조만간 임종을 하실 수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과 함께 항생제는 가장 약한 것으로 바꿨으며, 수혈도 중지했다. 또한 매일 들어가던 영양수액제도 중단하고 포도당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생각보다 잘 버티셨지만 어떤 자극에도 반응이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그날 아침도 일상처럼 변화가 없는 똑같은 환자 보고를 마치고 회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담당 교수님은 환자의 가슴 쪽에 통증 자극을 줬다. 그리고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던 나를 포함한 의료진들을 소스라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가 거짓말처럼 두 눈을 번쩍 뜬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뒤, 할머니는 언제 아팠냐는 듯 모든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휠체어를 타고 매일 어머니를 찾았던 효심 지극한 아들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퇴원했다.

당시 나는 학교에서 힘들게 교육 받은 대로, 전설적인 분들이 집필한 교과서와 기라성 같은 교수님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의료진이 환자의 생과 사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의료진이 포기했을 때, 내가 배우고 알고 있던 모든 상황을 뒤집고 스스로 살아난 이 환자를 보고 생각했다. ‘난 열심히 공부하고 배운 의학을 올바르게 행해야 하는 사람일 뿐, 사람의 삶과 죽음 그리고 질병의 치료는 의사인 내가 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분이 하고 계시는구나’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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