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생명과 동일한 의미로 인식된다. 그래서 심장과 관련된 질환은 1분 1초가 소중하고, 순간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촌각을 다투어 대처해야 하는 만큼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생사(生死)의 기로에 있던 환자의 막혔던 혈관을 뚫고 그들에게 미소를 선물하는 일은 보람 그 자체다. 그 매력에 이끌려 오늘도 환자들과 함께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는 박하욱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본다.
지난 3월 박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106세 환자를 대상으로 고속회전 죽상반 절제술(ROTA)을 성공했다. 80세 넘는 환자를 많이 접해본 박 교수지만 이런 초고령 환자는 처음이었다. ‘시술보다는 약물로 치료해야 되나’하고 생각했던 박 교수는 막상 환자를 만나고 나서 생각을 바꾸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자의 혈색이 좋고 건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 끝에 시술 계획을 세웠다. 심한 석회화 병변을 동반한 관상동맥 협착 환자에서 일반적인 풍선 성형술 등이 불가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고난도 심혈관 중재시술 ‘고속회전 죽상반 절제술’로 방향을 잡았다. 쇠구슬이 달린 기계를 넣어 분당 18만 번 이상 고속 회전시키면서 딱딱하게 굳고 막힌 혈관의 안쪽을 갈아내는 방법이다. 정상적인 혈관 조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절제가 필요한 부위만 선택적으로 적용했다. 그렇게 박 교수는 전 세계에서도 100세 이상의 환자에서 시행한 보고를 찾기 어려운 시술을 성공시켰다. 이는 그동안 약물 치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초고령 심혈관 질환 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치료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다.
박 교수는 인문학과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의사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미래였다. 그런데 의대에 오게 됐고, 내과 전공의 과정을 시작하며 9개의 세부 분과 중 처음으로 순환기내과에서 수련을 받았다.
그렇게 그는 심장 질환 및 혈관 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심장내과 의사가 됐다. 심혈관 질환, 판막 질환 등 구조적 심 질환, 심부전, 고혈압, 그 외에 대동맥질환 및 말초혈관질환에 대한 중재적 시술치료 역시 전문으로 하고 있다.
여러 전문 진료 분야 중 박 교수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대동맥 판막 질환이다. 의학의 많은 발전 속에서 순환기내과 중 최근 가장 뜨거운 분야가 바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대한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이기 때문이다.
심장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볼 때가 있다. 또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짧은 시간이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기적 같았던 한 사건을 떠올린다. ‘최선의 치료’에 대해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박 교수는 이 일을 기점으로 환자의 생사는 의료진이 결정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리고 매순간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그 배움과 초심을 지켜나가기 위해 환자한 명 한 명에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다. 입원한 환자, 외래 환자에게 가능하면 많이 이야기를 듣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상의한다. 또 평생 주치의로서 공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자의 상황이나 통증에 손을 잡고 공감을 하면 환자나 보호자분들도 마음을 많이 열어준다고 믿는다.
초고령 환자에서 위험도가 따르는 치료가 필요했기에 상의 끝에 치료를 결정했고 치료 전까지 흉통으로 찡그린 모습만 보이다가 치료 이후 흉통이 사라져 거짓말처럼 곧바로 밝은 미소를 보여주신 할아버지의 모습은 평생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는 2017년 한 해 동안 스텐트 삽입술 700건을 돌파하는 등 심혈관 질환 시술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병원이다. 이는 심장내과 의료진의 높은 숙련도와 뛰어난 팀워크는 물론 첨단 의료장비, 병원을 찾는 환자의 신뢰 등이 합쳐져 이뤄진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심혈관 촬영실을 2개로 확대, 더 많은 환자를 보다 좋은 환경에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러한 성장에는 젊음과 화합을 경쟁력으로 하는 심장내과 의료진이 중심에 있다.
365일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생활과 생명을 다루는 일에 대한 부담감. 그럼에도 박 교수는 심장내과 전문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생사의 기로에 있던 환자들이 치료 이후 감사 인사를 건넬 때면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 또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성장의 역사 속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 가슴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