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화두인 시대다. 그 변화의 바람은 문턱이 높다고 인식되는 대학병원에도 불고 있다. 환자들의 많은 궁금증과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조금이나마 일찍 대응해주기 위해 긴급연락망을 열어놓고, 최신 의학정보 등을 공유하는 교수가 있다. 정해진 진료시간만으로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평생 주치의’를 자처하며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환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소화기내과 강상범 교수의 이야기다.
1997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 강 교수는 그 당시 내시경센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내시경 시술과 질환을 경험하며 소화기내과의 다이내믹한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현 의무원장인 소화기내과 이동수 교수와의 인연으로 무려 20년 동안 이곳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전문 진료 분야는 위장관 파트로, 그 중에서 하부위장관,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을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 내시경을 이용한 위, 장의 여러 치료적 시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대장암, 대장 용종, 기타 대장염, 대장, 소장질환, 기능성 위장질환(기능성 소화불량, 만성 변비, 만성 설사)을 맡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대전·충청지역 최초로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을 개소했다. 이곳에서는 완치가 어려운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강 교수는 클리닉 개소와 함께 가장 먼저 1차 진료기관으로 발을 돌렸다. 항문외과와 내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모임과 강연을 갖고 염증성 장질환을 적극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환자들과 소통을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그가 희귀난치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강 교수는 그 후 염증성 장질환 관련 다양한 학회에 참가했고 2011년 12월 ‘Advances in Inflammatory Bowel Diseases’라는 염증성장질환 전문 학회에 참석했다. 그 당시 학회에 참가하면서 미국 염증성 장질환 분야의 의학 수준에 감명을 받았고, 2012년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UCSD)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연수 기간 염증성 장질환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윌리엄 샌본(William Sandborn) 교수의 지도하에 많은 환자에 대해 경험을 쌓고 다양한 실험 및 연구를 진행했으며, 귀국 후 자연스럽게 염증성장질환 클리닉을 개소하게 됐다.
염증성 장질환은 현재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지속적인 질병의 관리가 중요하다. 주로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과 소장, 대장을 비롯한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고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해 체중이 줄고, 혈변이나 복통, 설사를 유발한다. 염증으로 장이 헐거나 심하면 구멍(천공)이 생기며, 대장암이나 장협착 등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다. 문제는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원인이 명확치 않아 완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이 매우 다양한 환자의 상태에 맞춰 다양한 약제들을 선택해야 한다. 용량 조절이 매우 중요한 약제도 있고 때로는 질병이 약으로 조절되지 않아 수술을 시행해야만 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질병에서 그렇지만 특히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지속적인 투약 및 정기적 검사를 통한 경과 관찰이 필수이며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이런 이유로 환자, 보호자와 담당의사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과 소통하고 본인의 관심분야에 집중하고 싶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힘들다. 강 교수는 소화기내과의 진료 시스템을 바꾸며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개척했다. 소화기내과 각 교수의 관심 분야에 따른 철저한 세분화 및 전문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소화기내과는 사실 뱃속에 있는 장기를 보는 분야이지만 세분화해서 보면 식도, 위, 소장, 대장을 보는 위장관분과와 간분과 및 담도, 췌장을 보는 췌담관분과로 나뉜다. 이전에는 과를 세분화하지 않고 진료가 이뤄졌지만, 강 교수가 해외연수 복귀 후 소화기내과 과장을 맡으면서 소화기내과를 세 파트로 나누어 각 파트 담당 교수들이 재량을 가지고 세분화해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교수진 또한 여러 학회를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연구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