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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박재만(타대오) 신부


새로 수염자리 돋아난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TV를 끄고
마루에 누워서 별을 바라본다.
별보다는 아무래도 자동차의 불빛이
더 빛나 보이는 아들은 그만 지루해서
두 번이나 하품을 한다.

나는 우렁이 얘기를 한다.
"옛날에 옛날에 새끼 우렁이가
야곰야곰 어미 우렁이를 다 파먹어서
마침내 어미 우렁이는
껍데기만 남았더래. 그래서
텅 빈 어미 우렁이가 냇물에
동동 떠내려 가자
그것을 본 새끼 우렁이가
'야, 우리 엄마 보트 놀이 한다'고 깔깔 웃더래."

아이는 재미나서 와락 달려들며
"야, 우리 우렁이 파먹자"하고 간지럼을 먹이는데
문득 온몸을 비틀며
내가 파먹어 멀리 떠내려 가버린
내 어미 우렁이가 그리워
천 길 낭떠러지로
별이 떨어진다.

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은 윤동주의 시로 알려져 있으나 문예지 솟대문학에서 김준엽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원작이라고 밝힌 바 있음. 그러나 김준엽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의 내용이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의 내용과 일부 다름.

인생에서 유아기와 아동기 그리고 사춘기를 제외하면 청년기부터 크게 네 주기로 나눌 수 있다. 그것은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 그리고 노년기이다. 또 인생의 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계절에 비유하기도 한다.

멋진 사랑과 행복을 전망하며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는 청년기는 꽃피는 봄을 떠오르게 하고, 목표와 성취를 위해 힘차게 활동하는 중년기는 한창 싱그러운 여름을, 성취한 것을 나누며 베푸는 장년기는 풍요로운 결실과 아름다운 단풍으로 장식된 가을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고독한 노년기는 앙상한 가지와 차가운 바람의 계절인 겨울을 연상하게 한다. 시인은 이 시에서 인생의 가을이 되면자신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다고 한다.

물어볼 이야기의 내용은 이러하다.

나는 사람들을 사랑했는가? 열심히 살았는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는가? 나의 삶이 아름다웠는가? 나는 내 안에 어떤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는가? 시인은 인생의 가을이 왔을 때에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그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얼른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고, 상처 주는말과 행동을 하지 않고, 나날의 삶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당장 자신의 마음의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며 수확의 계절이다. 가을에 농부는 봄부터 부지런히 땀 흘리며 정성을 다해 가꾼 곡식이나 과일을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끼며 그 결실을 거두어들인다. 장년기는 인생의 가을이다. 지난날의 삶을 뒤돌아보며 자신의 인간적, 영적 성숙의 모습을 살펴보고 가정과 사회에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 얼마나 봉사하며 기여했는지 살펴보는 때이다. 또 이 시기는 봉사하면서 나누는시기이기도 하다. 청년기와 중년기에 속한 사람들은 장년기와 노년기를 미리 내다보며 그때 자신에게 질문하는 내용에 잘 대답할 수있기 위해, 즉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자신을 가꾸어야 한다. 한편 신앙인은 장년기의 자기반성뿐 아니라 세상의삶을 마치고 하느님 대전에 나아가 셈 바칠 것을 대비하며 성실히살아야 한다.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1-9; 마태13,2-9; 루카 8,4-8)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대하는 인간들의 자세와 그 결과에 대해 가르치신다. 씨 뿌리는 사람이 뿌린 씨앗들은 서로 다른 네 장소에 떨어졌다. 어떤 씨앗은 길바닥에 떨어졌는데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는데 싹이 돋았지만 햇볕에 타버렸다. 가시덤불 속에 떨어진 씨앗은자라면서 숨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씨앗은 싹이 나고 잘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30배, 60배가 된 것도있었고 100배가 된 것도 있었다.

예수님의 설명에 의하면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이고 씨앗이 떨어진 곳은 인간의 마음이다. 즉 말씀에 응답하거나 거부하는 인간들의 마음이다. 사람에 따라 길바닥 같은 마음, 돌밭 같은 마음, 가시덤불 같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좋은 결실을 이루는 비옥한 땅 같은 마음이 있다. 길바닥 같은 마음이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경직된 마음이다. 돌밭 같은 마음이란 말씀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실천하려는 의지력이 약한 메마른 마음이며, 가시덤불 같은 마음이란 세상살이에 복잡하게 얽혀있어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는 데 소극적인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는 성령의 결실이 이루어질 수 없다. 비옥한 땅처럼 잘 가꾸어진 마음에서는 말씀의 씨앗이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단비와 따뜻한 사랑의 햇살과 섭리에 따른적절한 기후로 인해 풍성한 성령의 결실을 맺는다. 성경에 의하면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그리고 절제이다.(갈라 5,22-23 참조)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진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이는 백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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