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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이야기 - 박재만(타대오) 병원장


저자 : 문정희

새로 수염자리 돋아난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TV를 끄고
마루에 누워서 별을 바라본다.
별보다는 아무래도 자동차의 불빛이
더 빛나 보이는 아들은 그만 지루해서
두 번이나 하품을 한다.

나는 우렁이 얘기를 한다.
"옛날에 옛날에 새끼 우렁이가
야곰야곰 어미 우렁이를 다 파먹어서
마침내 어미 우렁이는
껍데기만 남았더래. 그래서
텅 빈 어미 우렁이가 냇물에
동동 떠내려 가자
그것을 본 새끼 우렁이가
'야, 우리 엄마 보트 놀이 한다'고 깔깔 웃더래."

아이는 재미나서 와락 달려들며
"야, 우리 우렁이 파먹자"하고 간지럼을 먹이는데
문득 온몸을 비틀며
내가 파먹어 멀리 떠내려 가버린
내 어미 우렁이가 그리워
천 길 낭떠러지로
별이 떨어진다.

이 시는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는 시골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성장하고 생활해온 배경에 따라 저마다 다른 느낌을 가질 것 같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던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마루나 밀집 방석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찾던 추억에 잠기거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리워 눈시울이 뜨 거워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시의 어린이나 어른들의 느낌은 사뭇 다를 듯싶다.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마루도 없고 캄캄한 밤이 사라진 도시엔 별도 보이지 않는데, 그런 곳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이 시에서 느끼는 감 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요즈음 온통 컴퓨터나 스마트폰에만 몰두하는 자녀들에게 용기 를 내어 이런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가 얼마나 있으며, 또 그 이 야기를 들을 만큼 인내할 수 있는 순진한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시인은 오랜만에 TV를 끄고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마루에 누 워 별을 바라보며 마냥 행복해 한다. 어머니의 그런 행복감을 헤아 리지 못하는 아들은 하품이나 하고 그저 지루하기만 하다. 어머니 는 아들에게 우렁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옛날에 새끼 우렁이가 야곰야곰 어미 우렁이를 다 파 먹어서 마침내 어미 우렁이는 껍데기만 남았더래. 그래서 텅 빈 어 미 우렁이가 냇물에 동동 떠내려가자 그것을 본 새끼 우렁이가 '야 우리 엄마 보트놀이 한다'고 깔깔 웃더래."

새끼를 위해 기꺼이 자기 살을 먹이로 내놓은 어미 우렁이. 어 미의 살을 파먹고 살면서도 자신이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 모르고 떠내려가는 어미를 보고 깔깔 웃어대는 새끼 우렁이. 이것은 참으 로 가슴이 뭉클한 슬픈 이야기이다.

시인은 우렁이 이야기를 통해 아들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 을까? 자신을 아낌없이 먹이로 내놓을 만큼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 는지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조 금이라도 헤아려 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어머니 의 이야기에 진지하기 보다는 "야, 우리 우렁이 파먹자"하며 어머 니에게 와락 달려들어 간지럽히며 장난을 친다. 철없는 아들의 모 습에서 시인은 자신도 그처럼 어머니에게 철없이 대했던 옛날이 문득 떠올랐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였던 어머니에게 새끼 우렁이 처럼 처신했던 자신의 모습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며 '아차!'하면서 아찔해 한다. 갑자기 어미 우렁이였던 어머니가 울컥하며 그리워 진 것이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부모에게서 받은 헌신적 사 랑을 자녀에게 내려 준다. 그러나 자녀가 그 고마움을 모른다는 것 을 체험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부모에게 어떻게 처신했고 얼마나 불효했는지 돌아보며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부모의 은혜를 마음 속 깊이 느낄 때 부모는 이미 곁에 없을 경우가 많다. 모든 자녀들 이 더 늦기 전에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깨닫고 그분들께 감사의 마 음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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